양천구 청소년 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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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
양천구 청소년 상담실  2011-11-01 09:54:47  [조회 :  590 ]

할아버지를 이해하기까지



OO군 정신보건센터 이OO



  2009년 X월 할아버지는 76세 연세로 농촌에서 혼자 독거 생활을 하고 있는 분이셨다. 할아버지는 센터의 정신건강 상담을 통해 처음 등록하신 분으로 설문 검사상에서 우울뿐만 아니라 초기 인지저하문제와 알콜 의존이 심한 상태로 끊임없이 삶에 대한 회의와 자살사고를 표현했다.

우선 할아버지의 동의하에 사례관리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할아버지를 만나서 나눈 대화에서 할아버지는 삶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 살아서 뭐 하냐?”“ 죽고 싶어도 자식 때문에 못 죽는다.”라는 말과 “ 생산력이 없으니 살아서 뭐하냐?”라며 자포자기하는 듯한 태도와 말투 그리고 지속적인 우울감과 술에 대한 강한 의존을 보였다.   할아버지와의 상담으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조용하면서도 내성적이며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상으로 자신의 인생역경을 표현하셨다. 어려서부터 집안 농사일을 혼자 도맡아하며 생활력 강한 모습을 보였고, 결혼 후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성실한 가장으로 지금까지 생활해 오면서 후회 없이 지내왔다고 했다.그러나 2년 전쯤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자 모든 것에 대한 회의감과 허망감으로 술만 드시는 날들이 점차 많아졌고 상대적으로 농사일 또한 손을 놓게 되었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심한 우울증세와 알콜 의존으로 인하여 치료가 급하다는 판단 하에 할아버지께 병원진료를 권유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로도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할아버지와의 전화상담과 계속적인 가정방문을 통해 병원진료 권유를 하였으나, 할아버지는 전화통화나 가정방문시 항상 술을 마신 상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할아버지의 현재 상태를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고 객관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 주변의 이웃을 찾아 왜 이렇게 할아버지가 술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옆집 사촌의 말에 의하면 “ 두 부부는 금술이 너무 좋았다. 부인이 살아서는 매끼마다 밥을 해주는 등 남편을 혼자 둔 것이 없다. 혼자는 아무데도 안가고 남편 밥을 해주려고 놀러 간적도 없다.”라며 항상 함께 생활하고 서로 의지하고 지내는 사이임을 확인시켜줬다. “ 부인 사망이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만 마셔...”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던 중 사랑하는 배우자의 상실로 인해 자포자기하고 식음을 전폐하고 술만 마시는 상황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약 복용의 필요성이 없다며 계속된 병원진료 권유에도 불구하고 거부하였다.“ 약을 먹어서 뭐해”“ 어서 죽어야해 ” 라며 죽음이란 말을 끊이지 않고 말하였다.



어느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자신이 가장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감..얼마나 큰 것일까?알고 지내던 사람이 죽음으로 다가와도 한 동안 그 생각에 빠져 지내는데 남도 아닌 나와 함께 힘든 세월을 지내 사람을 죽음..

그러나 우리는 그런 대상자에게 긍정의 말, 이해만을 구할 수 없는 입장이다. 각각의 사람이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 안주할 수 없듯이 우리도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할아버지와의 지속된 만남을 통해 체념한 듯이 할아버지는 나와의 첫 만남이 있은 후 5개월만에 처음으로 정신과 진료에 동의하여 병원 진료를 하였으나, 진료시에도 술을 마신상태로 인해서 전문의와의 상담시 트러블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진료 후에도 약복용 유무를 확인했으나, 할아버지는 말과 다르게 약을 먹지 않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 약을 먹으면 뭐해”“ 빨리 죽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죽지, 생산성이 없으면 죽어야지 살아서 뭐해”“ 나라에 도움도 안 되고...”라는 말을 반복하시면서 계속해서 술만 드셨다.



할아버지는 주 2~3회의 지속된 만남을 통해 상담자인 나에게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되면서부터 약을 먹기 시작하였다. 약을 복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들었으나, 할아버지는 약을 복용함으로써 우울감이 낮아지고 자살생각이 점차 줄어드는 모습이 보였다. 방문해서 정서적인 지지와 함께 할아버지가 흥미를 가질수 있는 서비스를 찾도록 노력하였다.할아버지의 관심분야를 파악(컴퓨터, 한글 등), 노인복지관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와 학습을 병행하고자 하였다. 아쉽게도 컴퓨터를 배울 수는 없었지만, 계속적으로 다른 활동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2009년 센터 송년회에 참석하는 모습과 더불어 2010년 4월 정신건강의 날 행사에서 다른 회원과 어울려 거리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활발해진 모습과 자살에 대한 생각도 이제는 예전처럼 보이지 않으신다.

여전히 병원진료에 대한 거부적인 생각과 음주에 대한 욕구가 남아있으나 꾸준한 사례 관리로 개인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가정방문이나 전화 통화시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뿌듯함을 느낀다. 요즘은 주변의 일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하고 있어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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